'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디자이너 인터뷰

원래는 건담 시리즈의 문턱이 조금 높다고 느꼈는데, 몇 년 전에 우연히 건담에 관한 다른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를 봤고, 그 후로 다른 건담 작품도 보기 시작했죠.
병기가 등장하는 전쟁물이라서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인물 간의 관계성이나 유대에 대한 설정도 디테일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빌슈트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고요.

우연히 선라이즈(현 반다이 남코 필름웍스) 관계자분께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새로운 건담 기획 공모전에 참가해 보지 않겠냐고 모리온 항공(모구모가 소속된 기획 개발 유닛 동인 서클)에 제안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는데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점점 부담감도 커졌죠. 한마디로 기쁨 반, 불안함 반이었어요.

처음에는 순수하게 '우리가 다음으로 보고 싶은 건담'이라는 이미지로 기획서를 쓰고 있었어요.
특히 저는 '철혈의 오펀스'가 방송될 때 유입된 라이트 팬이었기 때문에 저처럼 메카닉·로봇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해 보지 않은 분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죠. 그래서 디자인적으로는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했고 너무 화려하지 않은 차분한 색감을 사용했습니다.
본편을 작업할 때는 코바야시 감독님께 설정이나 각본에 대한 정보를 듣고 거기에 맞춰 디자인해 나갔습니다. 슬레타도 처음에는 공모전 때의 그림을 바탕으로 진행했는데, 도중에 '시골 행성에서 온 소심한 여학생'으로 바뀌어서 거기에 맞게 헤어스타일과 얼굴도 수정했어요. 각본과 디자인이 동시에 진행된 시기도 있어서 그때그때 감독님과 의논하며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봤다고 말해주시는 지인들이 많아요. 그리고 수많은 팬 아트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슬레타의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는 12화가 그렇게 전개될 줄 몰랐어요.
코바야시 감독님과 오오코우치 각본가님은 생각하고 계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상상도 못 했죠.
다만 슬레타를 디자인하면서 중요시했던 건 '시골에서 온 촌스러운 여학생'이면서도
건담의 주인공다운 영웅의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면, 슬레타의 다듬지 않은 두꺼운 눈썹이 외모에 큰 관심이 없는 성격을 나타내는 동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는 것처럼요.

퀄리티가 정말 좋아요.

되게 조그마한데도 얼굴이 정말 예쁘게 잘 만들어졌고, 움직일 수도 있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고요.
제가 디자인한 캐릭터의 프라모델이나 피규어가 나온다는 건 정말 귀중한 경험이고 굉장히 기쁩니다.

제가 원안을 담당한 캐릭터가 오랫동안 많은 분께 사랑받는 게 제 바람이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의 많은 분이 수성의 마녀를 보시고 캐릭터도 좋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12화의 전개에 많이 놀랐고, 앞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변해 갈지 저 역시 한 명의 시청자로서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는데요.
마지막까지 저와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